사람의 감정은 무엇인가
감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그 수를 헤아리자면 끝도 없이 나열할 수 있다. 심리학과 철학계에서는 끊임없이 연구되는 부분이다.
<감정의 발달>
신기하게도 생후 3개월부터 쾌와 불쾌가 나뉘는데 불쾌 정서가 더 빨리 발견된다. 5~6개월경 불쾌 정서가 분노, 혐오로 분화되고, 9개월경에 불쾌에서 공포가 분화되며, 10에서 12개월쯤에는 쾌 정서가 자신감과 애정으로 나뉜다. 18개월경에 질투가 불쾌에서 떨어져 나오고 생후 2년에 쾌에서 기쁨이 생겨난다. 한편 이렇게 발달한 감정이 같이 발전하는 인지구조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치심(18개월)이나 죄책감(3년) 같은 복잡한 감정도 출현한다. 유년기에서 성인기로 접어들수록, 감정의 측정 도구가 굉장히 세밀해진다. 특히 아동,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폭발적인 감정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동시에 어른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갈등하는 원인이 된다. 청소년기는 뇌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기, 즉 미완성 단계이기 때문에, 뇌의 차이로 인해 어른에 비해 자제력, 감정의 크기나 상황 판단 이후에 드러내는 정도가 단순하며 또 미숙하다. 예를 들면, 중학생과 어른들에게 각각 지점토를 주고, 둘에게 똑같은 상황을 설명해서 그 상황에 어떤 감정을 느껴 얼마나 표현할지 크기를 나타내라고 한 실험이 있다. 그 실험에서 중학생 피험자들은 망설임 없이 지점토의 크기를 결정하지만, 성인 피험자들은 실험자에게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며 지점토를 계속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성인의 감정은 청소년의 감정에 비해 꽤 복잡한 단계와 상황 판단을 거쳐 더 세밀한 자로 측정되어 나타나는 것. 또한 어린아이의 감정은 단편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점차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각각의 감정들은 점차 개성이 약화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예로 들면, 주인공 라일리(11세 여성, 아동기와 사춘기의 사이)의 감정 캐릭터들은 서로 다르게 생겼으며 각자 자신의 의견만을 강하게 고집하고, 감정 계기판의 크기도 한 명이 충분히 전부 조작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성인들의 감정 캐릭터들은 서로 비슷한 패션에 다들 리더 감정의 말에 따르며 협력하고, 감정 계기판의 크기도 매우 크고 세밀해 다 같이 앉아서 조작한다. 또한 성숙해지면서 감정이 섞이는 묘사가 나온다.
심리학의 역사 초기에는 감정이 신체의 교감신경계의 각성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른바 '제임스-랑게 이론'이라 불리는 것인데, 이 이론에서는 감정이란 것이 단지 신체 상태에 대한 뇌의 해석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외부 자극→신체 상태→감정 이라는 것이다. 알기 쉽게 과장해서 표현하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우니까 슬픈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게, 신체의 특정 행동이 특정 정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다분하다. 예를 들면, 재미없는 만화를 보거나 평이한 설명문을 보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인위적인 미소를 지은 채 보면 실제로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심지어 호흡하는 패턴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위적으로 특정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까지 밝혀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설명이 너무 단순하고 허점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이 이론에 따르면 교감신경계의 각성이 감정보다 먼저 일어나야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화나면 감정은 바로 느끼는데 비해 신체상태는 30초의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이와 같은 단점으로 인해 제임스-랑게 이론은 최근까지 정서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론들 중 하나로 다루어졌다.
<감정 조절하기>
대부분의 인간은 논리나 지성, 합리주의, 이성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 감정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감정을 지나치게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사회란 공간은 한 사람의 감정을 위해 희생되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언가 목표를 장기적으로 길게 바라보고 인내심 있게 추진해야 하는 국내 정치, 국가 간 외교 혹은 기업의 사업 경영의 경우는 감정을 너무 앞세운 나머지 상황을 길게 내다보지 못하고 그때그때 방편적인 대책만 내놓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꽤 많다. 강렬한 감정은 시야를 매우 좁게 만들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태움 등 직장 내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할 경우 커리어를 조금 손해 보더라도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면 되는데도,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강해지면 그렇게 해야겠다는 의지 자체를 가질 수 없게 되어 종종 극단적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즉,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을 없애라는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광기와 감정을 동의어라고 오해하고 이성만을 고집하고 감정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이성이라고 하여 반드시 합리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상적인 감정의 표출은 몸에 이롭다. 반면에 건강하지 못한 감정은 몸에 해롭다. 대체 감정이 무엇이기에 왜 존재하는 걸까? 정서 치료에서는 감정이 다름 아닌 정보의 재빠른 처리를 위해 탄생했다고 본다. 만약 감정이 없다면 생물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 동등한 처리 시간을 부여할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 좋아하는 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1000번 중에 999번 믿을 수 있었던 사람과 1000번 중에 1번만 믿을 수 있는 사람 사이에 정보처리의 우선권이 없어 같은 처리 시간을 할당하여 상당히 비효율적이게 살았을 것이다. 즉, '좋아함'이라는 감정은 '믿을 수 있음, 나에게 이로움'이라는 정보를 담고 있으며 '싫어함'은 '나에게 해로움', '두려움'은 '내가 위험에 노출됨', 분노는 '위험에 맞서서 나를 보호해야 함', 슬픔은 '내가 잃어버린 대상을 다시 찾아야 함'과 같은 행동 지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정서 치료에선 행동 경향성이라는 말로 하고 있다. 정서 치료의 목적 중 하나는 내담자가 몸이 외치는 행동 경향성을 자각하고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감정의 기능을 알고, 감정을 효율적인 정보처리의 수단으로 삼게 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정의 조절은 기본 덕목이므로, 상황에 따라 적당히 웃고 적당히 울고, 때로는 참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융통성 없이 꾹꾹 참고 나중에 내뱉는 것 또한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스트레스를 주변 사람들에게 풀며 꾹꾹 참는 건 나쁜 거야 라고 변명하는 것도 문제를 만들기에 좋은 건 아니다. 그러니 감정을 얼마나 표현해야 하는지 명확한 정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면 해당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내가 어떤 이유로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이성적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 내가 느끼는 기쁨은, 남이 느끼는 슬픔일 수 있고, 내가 느끼는 분노는, 남이 느끼는 괴로움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감정은 상대의 감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상대에게 표출해야 한다. 나의 감정에 매몰되어 이성을 잃지 말고 상대를 배려하며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성을 잃고 감정을 표현하여 상대의 감정이 상하는 순간 싸움으로 발전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오래 유지해야 하는 관계라면 이렇게 싸움이 시작되면 서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증가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일반인이었다면 감정이 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상대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아서 상대의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역시도 그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말하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거절을 듣기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존재하며 이들은 상대방이 이성적으로 거절을 하거나 이성적으로 거절하는 감정 표현을 했을 때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이것은 건강한 정신 상태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어떤 일을 승낙하거나 거절할 자율성이 있다. 자유의지에 따라 승낙과 거절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전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거절을 듣기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에게 집착하고 가스라이팅처럼 알게 모르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고 거짓된 죄책감과 두려움을 심어주기도 하여 상대가 거절하지 못하게 하거나 상대가 자신에게 학을 떼고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거절 듣는 것을 싫어하는 상대에게는 그가 감정이 상한다고 할지라도 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성적으로 말하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리학의 하위학문과 대중의 관심에 대해 알아보자. (0) | 2024.06.25 |
---|---|
상담심리학의 정의와 필요성 (0) | 2024.06.25 |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의 정의 (0) | 2024.06.25 |
성격심리학 Personality Psychology 이란? (0) | 2024.06.25 |
심리학의 시작 그리고 역사 (0) | 2024.06.25 |